고추 매운맛의 신비
세계는 매운맛을 주목한다!
우리가 하루 세 끼, 평상시에 대하는 밥상을 보면 찌개에서부터 김치, 나물 등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반찬이 거의 없다. 인류가 고추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무려 만년이 넘지만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불과 400여 년 전이다. 그 짧은 시간에 고추로 상징되는 매운맛은 한국을 대표하는 맛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햄버거와 콜라로 상징되는 미국에서도 고추가 매운맛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미국 농무부가 조사한 최근 15년간의 미국 채소류 출하량을 보면 파슬리와 마늘은 큰 변동이 없는 반면에 고추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다. 그와 함께 크게 늘어난 것이 각종 매운 요리 식당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매운 음식을 맛보는 차원을 넘어 고통에 가까운 경험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매운맛의 고통을 즐기는 것일까?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매운맛의 고통으로 다른 모든 것을 잊게 되지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매운 음식을 먹을 때 우리 몸속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국내 최초로 매운 고춧가루가 몸속에 들어갔을 때의 뇌 변화를 알아보았다.
실험 참가자에게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고추 성분과 우유를 번갈아 머금게 한 후,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촬영 장비를 통해 뇌 속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물만 머금었을 때와 비교했다. 실험 결과 물을 머금었을 때에 비해 고추 회석액을 머금었을 경우, 이성적인 판단 기능이 약화된 반면 감각영역과 감정 영역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을 기억하는 영역의 기능이 크게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운맛은 통증이다?
강렬하면서도 오래 남는 매운맛의 기억, 이러한 고추의 강한 맛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폴 로진 박사는 그것이 엔돌핀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게 되면 이것이 침과 섞이면서 미뢰로 전달된다. 미뢰는 혀 표면에 있는 버섯 모양의 유두 속에 있는데, 이 미뢰가 4가지 기본 맛을 각기 다른 채널로 받아들이면서 맛을 구별하게 된다. 미뢰를 통해 얻어진 정보는 미각신경을 통해 끊임없이 뇌와 정보를 교류한다.
하지만 매운 음식을 먹을 경우 입안의 감각들은 이것을 맛이 아닌 통증으로 인식한다. 그렇게 되면 통증 완화를 위해 뇌는 엔도르핀을 생성시키고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어 매운 음식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매워서 너무 고통스럽지만 또 다시 매운맛을 찾는 심리, 그것은 긴장되고 두렵지만 또다시 롤러코스터의 스릴을 찾는 심리와 같다. 그렇다면 통증으로 인식되는 매운맛은 위에 어떤 영향을 줄까?
흔히 매운 음식은 위점막을 손상시켜 염증이나 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맵고 짜게 먹는 식습관 때문이라는 지적도 흔히 듣는다. 실제로 미국 휴스턴 소재 원호병원 내과 과장인 데이빗 그람 박사팀은 고추에 의한 위점막 손상 실험을 위해 맵기로 소문난 멕시코산 고추 3,4개를 빻아 관을 통해 위 속에 주입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그러나 내시경 검사 결과 어떤 손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추의 성분인 캅사이신은 오히려 위점막을 보호하기도 한다. 약국에서 파는 드링크류 소화제들에는 소화기능을 돕기 위해 캅샤이신이나 고추 추출물이 소량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캅사이신이 위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의 함기백 교수는 적당량의 캅사이신은 위점막을 보호하지만 염증이나 궤양이 있는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고추의 다이어트 효능
매운 것을 잘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고 고추의 캅사이신 성분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추성분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매운맛 열풍은 식탁을 떠나 각종 상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밥에 뿌려먹는 고춧가루 양념에서부터 땀을 많이 내게 하는 목욕용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한때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는 고춧가루병을 직접 들고 다니면서 각종 음식에 뿌려먹는 것이 크게 유행을 하기도 했다. 그 여파를 타고 등장한 것 중 또 하나가 바로 캅사이신 마사지 요법이다. 캅사이신이 함유된 크림으로 마사지를 해 줌으로써 열과 땀을 내고 그 결과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추 다이어트는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고추의 캅사이신 성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효능들으 연구하고 있는 일본 시즈노카 현립대학의 와타나베 다츠오 교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캅사이신을 투여한 실험군의 체중이 줄어든 것이다. 똑같이 먹고 똑같이 활동해도 체중이 차이 나는 이유는 호흡을 할 때나 잠을 잘 때 소비되는 가장 기초적인 에너지 소비량인 기초대사량과 음식을 소화할 때 사용되는 식품 이용 에너지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추 속에 들어있는 캅사이신이 이 기초대사량과 식품 이용 에너지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고추의 킵 사이 신은 체중감소에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군산대 주종대 교수와 함께 실험을 해보았다. 먼저 3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하룻동안 고추가 들어간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한 다음 체온과 분당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했다. 그리고 다른 3명의 참가자들에게는 각각 고춧가루 15g을 섭취하게 한 다음 역시 체온과 분당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고춧가루를 섭취한 3명의 체온과 분당 에너지 소비량이 모두 상승해 체온은 0.3℃에서 1.3℃, 분당 에너지 소비량은 0.02kcal에서 0.08kcal 정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손쉬운 고추 섭취로만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 수는 없다. 고추 섭취로 얻을 수 있는 다이어트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 그렇다고 효과를 얻기 위해 고추 섭취량을 크게 늘린다면 치명적인 위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평소 먹는 식품을 통해 적당량의 고추를 꾸준히 섭취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고추의 매운맛을 두고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에서는 '양날을 가진 검'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매운맛을 느끼는 정도와 위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적적하게 섭취하면 득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인체에 해약이 되기 때문이다.
음식에 들어있는 어떤 성분이 좋다 해서 그 음식만을 과잉으로 섭취하는 것은 당연히 삼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즐길 수 있을 만큼 매운정도'가 바로 '내 몸에 가장 알맞은 매운맛'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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