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의 효능
식초의 탄생
인류 최초의 조미료라고도 하는 식초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골 재래식 부엌에 가면 볼 수 있는 아궁이, 그리고 배부른 한 끼 식사가 요리되고 있는 가마솥... 그야말로 온기가 느껴지는 옛 조상들의 부엌을 떠올려보자. 이렇게 따뜻하게 지은 밥과 반찬에 반주 한잔 곁들이던 우리 조상들의 멋스러움도 아울러 상상해보자. 그런데 마시고 남은 술이 부뚜막 어디쯤엔가 놓여 있다가 부뚜막에 남은 온기 때문에 곧잘 변질되곤 했을 것이다.
바로 이렇게 우연히 술이 변해서 생긴 것이 식초다. 식초는 1만 년 동안 동서양 모두에게 사랑받는 전통식품이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조미료로만 여겨지던 식초에 놀라운 건강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식초가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식초열풍이 불고 있다. 심지어는 밸런타인데이에 식초 초콜릿을 선보인 이후, 케이크와 젤리 등 식초를 주원료로 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식초 한 병을 모두 부어서 만드는 식초 케이크도 있다. 일본 나고야의 한 제과점에서는 식초 케이크가 가장 인기상품일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이 제과점의 케이크 제조책임자인 곤도 테츠로 씨는 지금 일본에서의 건강 열품이 식초 인기의 주원인이라고 한다. 식초의 새콤한 맛이 곁들여진 케이크는 의외로 반응이 좋다.
이러한 식초열품은 웰빙의 흐름을 타고 식초를 먹으면 혈액이 깨끗해진다는 소문과 더불어 젊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식초에 대한 관심은 최근 국내에서도 조금씩 늘고 있다. 식품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84세의 박승복 회장. 그는 빠는 날은 토스트와 요구르트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면서도 식초만큼은 반드시 챙긴다. 벌써 25년째 이렇게 식초를 마셔오고 있다. 식초를 마시기 전만 해도 만성위염과 위궤양 등에 시달려 약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박 회장은 식초를 마시면서 놀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84세의 고령임에도 대부분의 검사결과가 정상으로 나타났다. 박 회장은 이 모든 것이 식초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저녁 무렵은 피곤할 만한 때인데도 전혀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식초 섭취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식초가 피로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두 종류의 음료를 만들어 A군에는 꿀과 물을 넣고, B군에는 꿀과 물 그리고 현미식초를 함께 넣었다. 그런 다음 실험 대상자들을 피로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에 따라 20분간 운동을 시켰다. 운동이 끝난 직후에 혈액을 뽑아 젖산의 농도를 측정했다.
피로한 상태에서 몸속의 피로물질 축적 강도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젖산은 우리 몸의 피로 상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물질이다. 그리고 현미식초가 함유된 음료를 마시도록 했다. 또 다른 집단 역시 똑같은 조건으로 강도 높은 운동을 하게 했지만, 이번에는 식초가 들어있지 않은 음료를 마시게 했다. 피로 해소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검사 결과 식초 비섭취군의 혈중 젖산 농노는 5분이 지난 후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식초 섭취군의 혈중 젖산 농도가 식초 비섭취군보다 낮았다. 피로물질이 그만큼 더 빨리 없어졌다는 의미다. 그리고 피로 회복률 역시 마찬가지였다. 1시간 동안 확인한 피로 회복률에서 식초 섭취군의 피로 회복률이 더욱 빠르게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운동 후 피로회복에 식초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식초의 어떤 성분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일까?
1953년 그 매커니즘이 알려졌다. 구연산 회로라는 제목의 논문은 구연산 같은 산성분이 어떻게 에너지로 전환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우리가 음료 또는 음식물을 통해 식초를 섭취하면, 식초의 성분인 초산과 구연산 등은 혈액을 타고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 세포로 들어간 식초 성분은 생체에너지가 생성되는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여기서 초산과 구연산 같은 성분은 다양한 산으로 변하면서 대사에 필요한 다량의 생체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에너지를 얻은 우리 몸은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그 과정에서 각 장기와 근육으로 신선한 산소가 공급된다. 이렇게 공급된 산소가 근육 내에 쌓여있던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함으로써 우리 몸은 피로를 회복하게 되는 거이다.
미국의 브룻호와 서독의 린넨 박사는 1964년 초산 성분이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생성한다는 내용의 연구를 통해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초산과 구연산 같은 산 성분은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식초는 이런 초산과 구연산 성분이 아주 풍부한 식품이다.
식초의 또 다른 효능
식초마을로 불리는 일본의 후쿠야마 마을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식초를 먹어왔다. 다양한 식초요리를 즐기는 70대 노인들의 얼굴이 유난히 건강해 보이는데 이들은 그 비결이 바로 식초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일본 최고의 식초 연구 권위자인 쇼와 대하교의 나카야마 사다오 교수는 식초가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양한 식초 연구를 해오고 있다.
최근 나카야마 교수는 일본 최초로 후쿠야마 사람들을 대상으로 식초의 효능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생활습관병 위험 연령군 30명에게 하루 30ml의 식초를 6개월간 섭취하게 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몸의 변화를 살폈다. 식초를 먹으면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나쁜 콜레스테롤이 줄어들고, 동맥경화를 개선시키는 좋은 콜레스테롤이 늘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혈당치도 내려가고요. 또 관절에 요산결정 축적되면 심한 통증이 생기는데 요 산치가 높은 사람은 통풍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그런데 식초를 먹으면 요산 치도 내려간다.
식초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하루에 섭취해야 할 식초의 권장량은 체중 1kg당 0.5ml이다. 따라서 체중이 60kg인 사람의 경우는 하루에 30ml를 섭취하면 생활습관병 위험인자인 고지혈증이 개선되고 혈압, 혈당치, 요산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이렇게 식초를 섭취하면 간 기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식초의 적정 섭취량만큼 중요한 것이 먹는 방법이다. 식초의 신맛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우유, 토마토 주스, 요구르트 그리고 꿀처럼 신맛을 줄일 수 있는 음료를 5배 이상 섞어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반드시 5배 이상으로 희석해서 섭취해야 한다는 점이다. 식초만 마시게 되면 일단 입 속에 머금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심해져 숨이 막혀 마실 수가 없게 된다.
그것을 억지로 마시면 식도나 위가 나빠지게 된다. 즉 위염 같은 상태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품질이 나쁜 식초를 섭취할 경우에는 위점막에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반드시 5배 이상으로 희석으로 희석해서 먹도록 해야 한다.
또 식초는 그 자체로 섭취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식품과 함게 섭취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식품 고유의 영양소를 보호하고 흡수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초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건강에 이로운 식품일 뿐인지 결코 질병을 치료하는 기능까지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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