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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유혹 미각 첫번째 이야기

해피now 2022. 6. 18.

미각

자연계의 모든 동물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이를 먹는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처럼 위만 가득 채우는 식사에 만족하지 않는다. 조금 더 달콤하고 조금 더 맛있는 음식으로, 위보다는 혀에서 느끼는 미각을 충족시키고 싶어한다. 한 극단적인 사례로 로마시대를 되돌아보자. 로마의 귀족들은 연회를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연회석에 참석했다. 그런데 연회에 나오는 요리가 너무 많아 음식을 모두 맛보기가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로마인들은 옆에 항아리를 갖다놓고 음식을 씹어서 맛만 본 후에 다시 뱉어내거나 실컷 먹고 깃털로 입 안을 간지럽혀서 토한 후에 다시 먹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인 르벨은 '지독한 위 주머니'가 로마제국의 최후를 앞당겼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도 단순히 살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먹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만큼 미각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는 미각은 모든 생물 가운데 인간에게만 부여된 신의 축복이다. 인간의 미각은 너무나 뛰어나서 로마의 미식가들은 다리가 있는 강에서 잡은 물고기와 하구에서 잡은 물고기 맛을 구별했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신의 선물인 미각을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절대미각'은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었다.

 

미각, 그 오묘한 신비

 

어떤 한 음식을 맛보기만 해도 무슨 재료가 들었는지 줄줄 읊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전문 요리사들은 100% 아니지만 90%정도는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와인 전문가인 소믈리에들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0개 가운데 6개꼴로 와인 이름을 정확히 맞힌다. 미각은 음식물과 침이 섞이면서 생긴 화학물질이 혀의 미뢰로 전달되며 느껴지는 감각이다.

 

미뢰는 마치 버섯처럼 돌출된 혀의 작은 돌기, 즉 버섯유두 안에 들어있다. 바로 이 미뢰가 4가지 기본 맛을 각기 다른 채널로 받아들이면서 맛을 구별하게 한다.

미국 코네티컷대학의 더피 교수 연구진은 미뢰가 들어있는 버섯유두 수를 측정해보면 맛에 민감한 사람과 둔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나이가 비슷한 두 남녀의 버섯유두 수를 측정해보았다.

 

같은 직경 안에 A여성의 경우 버섯유두가 30개, B남성의 경우는 14개가 발견되었다. 더피 교수는 나이가 많은 노인도 처음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유두 수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유전적인 유두 수의 차이를 보면 미각이 두 사람에게 평생동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버섯유두 수에 따라 맛을 느끼는 강도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았다. 같은 종류의 쓴 용액을 두 사람의 혀끝에 발라보았더니 A여성이 B남성보다 쓴맛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은 용액 입에 머금고 맛을 보게 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버섯유주가 많은 사람은 미각 자극물질을 더욱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다른 미각이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버섯유두 수가 많은 것일까? 소위 절대미각의 소유자라 불리우는 6명의 버섯유두 수를 세어보았다. 실험결과 실험군의 평균 버섯유두 수가 일반일들보다 9개 정도 더 많았다. 그만큼 선천적으로 미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맛을 느끼는 능력에서도 차이가 나는지 실험해보았다. 실험결과 실험군은 일반인들에 비해 단맛은 한 단계 낮은 농도에서, 짠맛과 신맛은 세 단계, 쓴 맛은 두 단계 낮은 농도에서 맛을 알아냈다. 일반인보다 맛에 더 민감한 것이다. 결국 버섯유두 수는 적었지만 맛을 인지하는 능력에서만큼은 다른 절대미각 사례자들과 대등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반복된 자기 훈련과 평소의 식습관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우리의 혀는 미각신경을 통해 끊임없이 뇌와 정보를 교류한다. 버섯유두 속에 있는 미뢰는 4가지 기본맛으로 음식물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를 얻는다. 가령, 쓴맛과 신맛은 경고의 메시지이며, 단맛과 짠맛은 삼키라는 긍정적인 신호다. 이렇게 미뢰에서 일차적으로 얻어진 정보는 미각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된다. 그리고 뇌가 입 속에 있는 음식을 삼킬지 삼키지 않을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각은 변하지 않는 절대불변의 감각일까?

 

혀가 맛본 음식물을 뇌가 삼키라고 명령하면 음식물은 비로서 위로 내려와 각 기관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로 쓰이게 된다. 그런데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뇌가 그 성분부터 먼저 빨리 섭취하도록 미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임신기간 동안에는 염분, 그것도 농도가 아주 진한 염분을 덜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신기관 동안에 염분이 많은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혈액의 부피를 늘리기 위함이다.

 

즉, 태아와 모체를 보호하기 위한 생리학적 필요성이 미각에 반영되어서 임산부들이 좀더 짠 음식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혀의 맛지도

 

어린시절 배운 맛지도를 기억해보자. 단맛이 혀의 앞쪽, 신맛은 양 옆, 그리고 쓴맛은 뒤쪽, 짠맛은 전체적으로 느낀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틀린 말이다. 많은 생리학 교과서에 나오는 혀의 맛지도는 1890년대 독일의 한 정신 물리학 연구결과를 잘못 해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맛지도는 한 부위에서 한 가지 맛만 느끼는 것처럼 부위가 나뉘어져 있다. 한 부위에서는 단맛만 느끼고 또 한부위에서는 짠맛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맛지도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1970년대에 실시되었다. 인체의 정신물리학적 실험으로 혀와 입천장의 여러 부위에서 맛을 느끼는 정도와 역치를 측정해본 결과, 혀와 입천장의 부위에 따라 감각의 차이는 매우 미세하게 나타났다.

 

실제로는 혀와 입천장의 부위마다 맛을 느끼는 민감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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