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의 위험
보이지 않는 죽음의 그림자
자신이 당뇨 환자임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만큼 유심히 체크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병이다.
북유럽의 선진국, 핀란드는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나라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소아 당뇨 발병률은 오래전부터 핀란드의 고민거리다.
당뇨는 선천적으로 어린 나이에 발병하는 1형, 즉 소아 당뇨와 2형 당뇨로 나뉜다. 2형 당뇨는 주로 어른이 되어서 발병하기 때문에 성인 당뇨라고 불린다. 당뇨 환자의 대부분은 성인 당뇨이며 소아 당뇨는 전체 당뇨 환자의 약 5%다. 그런데 핀란드에서는 특이하게도 소아 당뇨가 전체의 20%에 달한다. 당뇨 환자 중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기능이 저하된 소아 당뇨 환자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국가적인 해결과제로 인식하고 당뇨병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핀란드의 어느 한 가정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당뇨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우선 식사부터 당뇨식으로 바꾸었다. 어린아이들로서는 식욕을 조절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식이요법은 시작일 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인슐린 분비 능력은 더욱 떨어져 조만간 인슐린 주사에 생명을 유지해야만 한다. 결국 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일찍부터 당뇨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부모의 보호를 떠나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면 스스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흥 당뇨 대국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겠다. 중국인들의 특징은 비만지수가 크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배 둘레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런 복부 비만은 당뇨병을 일으키기 쉽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당뇨 발병률 증가의 큰 원인으로 과체중과 비만을 꼽니다. 개혁 개방 이후 풍요로워진 중국인들의 삶이 빠른 경제 성장만큼이나 그들의 체중도 급속히 늘게 만들었고, 결국 급격한 당뇨 환장 증가 현상을 낳고 있다. 개혁 개방은 중국인들에게 풍요로운 식탁과 편리한 생활을 선사한 대신 당뇨병이라는 재앙을 몰고 왔다.
도시와 빌딩, 자동화 등 모든 것이 크고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비만 문제도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이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당뇨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10년간 40% 이상이나 당뇨 환자가 증가한 주원인으로 같은 기간 동안 비만 환자가 60% 증가한 것과 밀접한 관련을 지어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료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만 환자들의 위기의식은 미약한 편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미국의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인 NDFP이다.
국가 차원에서 당뇨병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한 첫 사업인 만큼 대부분의 내용은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 결과 해마다 미국인 2명 중 한 명이 NDEP의 광고를 접해본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연간 10억 명이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미국에서는 자신이 당뇨병에 걸리고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잠재적인 합병증 환자가 5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각국의 평균수명을 보면, 남자 평균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78세이고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그리고 여자들의 경우에는 일본 여성이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무려 85세를 넘었다. 그러나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장수하는 나라라고 해서 건강한 사람도 가장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수명이 길다는 것과 건강하게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당뇨병 발병 나이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여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체 당뇨 환자 중 노인환자가 늘면서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용 증가와 생산성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IT산업국으로 고도성장을 해나가는 인도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당뇨 환자 3200만 명이라는, 세계 최고의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인도 첸나이에는 국제보건기구와 공동으로 당뇨 전문병원이 들어섰다. 이렇듯 당뇨 환자에 대해 더욱 전문적인 치료와 예방에 힘쓰고 있지만, 해마다 당뇨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인도인들의 식사에는 유독 버터기름이나 코코넛 기름으로 튀기거나 볶은 요리가 많다는 것도 주요인이 된다. 이처럼 인도인들의 유전적 취약성과 도시화가 결합되면서 당뇨는 특히 도시 지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인의 당뇨, 무엇이 다를까?
한국인 당뇨 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상당수가 '비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환자들이 대부분 매우 뚱뚱해진 뒤에 당뇨병이 발생하는 비만형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비만은 당뇨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데 한국의 환자들은 비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상인과 당뇨 환자의 베타세포를 관찰한 결과 당뇨 환자의 베타세포가 감소하고 손상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당뇨 환자의 인슐린 분비기능이 정상인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국인은 인슐린 분비기능이 떨어지고 비만과 같은 인슐린 방해 요인에 대응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체중에서도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다.
사회가 안정되어 있고 비슷한 수준으로 몇 백 년이 유지된다면 비슷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거의 똑같은 시기에 당뇨병이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생활환경은 무서운 기세로 급변한 것이다. 3대가 모두 당뇨라고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70세에 당뇨가 오고, 어머니 아버지는 50세에, 그리고 자식들은 30세에 당뇨가 발생한다. 똑같은 가족력인데 세대에 따라 발병 시기가 70세, 50세, 30세다.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환경적인 노출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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