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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비 관람 후기

해피now 2022. 6. 16.

영화 강철비

 

강철비, 흥미로운 이야기

 

영화 강철비는 2017년 12월 14일에 개봉한 액션 첩보 영화다. 가까운 미래의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북한에서 발생한 쿠데타로 북한의 권력 1호와 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벌어지는 일촉즉발 한반도의 최대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원작은 감독 본인이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웹툰 스틸레인이나, 연재 당시인 2011년과 영화 제작 당시인 2017년의 한반도 정세가 워낙 크게 변한 탓에 내용을 거의 새로 쓰다시피 했다. 한편 새로 쓰인 영화 시나리오에 맞게 웹툰도 리부트 되어 영화와 동일한 제목의 웹툰으로 연재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나 위태로운 지정학적 상황과 관련된 강력한 소재를 선택하고도, 소극적인 태도로 뻔한 가족 드라마 주변만 맴돌다가 자진하는 영화가 얼마나 많았는가. 양우석 감독의 영화 강철비는 소재에 대한 두려움 없이 큰 이야기를 정면에서 크게 다룰 줄 아는 드문 한국 영화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로 끝까지 달려가 강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뚝심과 사건의 구체적인 진행 양상을 설득시키는 세공력을 함께 갖췄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설정들이 있다. 대통령 선거 당일에 시작하는 이 영화는 권력 교체기를 배경으로 삼는다. 정치적 입장이나 철학이 상반된 전임 대통령과 후임 대통령의 대립은 북핵 문제에 임하는 한국 정치인들의 두 시각을 대변하며 토론의 장을 제공한다. 극 중에서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이 제각각 현실적인 계산으로 확전을 막으려 하는 데 비해, 가장 극단적인 반응이 한국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것으로 그려지는 상황은 강철비가 손쉽게 호소할 수 있는 민족주의 영화는 아님을 나타낸다. 여러 번 이용되었던 "분단국 가는 분단 자체가 아니라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 때문에 더 고통받는다."라는 대사는 이 영화가 겨누는 비판의 칼날이 어디로 향하는지 명확히 드러낸다.

 

북한 1호로 지칭되는 북의 최고 권력자가 의식불명 상태인 채 남쪽에서 치료받는 상황인 것도 눈길을 끄는 설정이다. 실제 북핵 위기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성격이 가장 위험한 요소로 거론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영화는 김정은을 유고 상황으로 괄호 친 후 북한에서 일어난 쿠데타와 관련해 이야기를 전해함으로써 이 문제를 좀 더 원론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연기파 배우 곽도원은 한국 영화에서 한 번도 주인공으로 등장한 적이 없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역을 맡아 지성과 의지를 함께 갖춘 캐릭터의 힘과 인간미를 제대로 드러냈다. 이 영화속 배우 정우성에게선 캐릭터로부터 유리된 스타의 면모가 발견되지 않는다. 뛰어난 액션배우이기도 한 정우성은 암 환자인 정예 요원으로서 육체의 강함과 약함을 함께 표현하는 어려운 격투 장면들도 멋지게 소화했다.

 

영화 강철비는 지적이면서 힘이 넘치는 영화이지만 대작 오락영화로서의 스킨십은 부족해 보인다. 남북의 현격한 경제적 격차에 기반해서 북한 사람을 음식과 관련해 그려내는 방식은 게으르게 느껴진다. 곽철우(곽도원) 역의 가족과 관련한 묘사는 불필요해 보이고, 엄철우(정우성) 역의 가족과 관련된 묘사는 다소 관습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손쉽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우연을 계속 끌어들이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강철비가 거둔 성과는 만만치 않다. 감정에 호소하기에만 급급한 한국 영화가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맥락과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구사하는 지성이 실로 귀하다. 장르의 토착화라는 측면에서도 단단한 성취를 보였다. 북핵 위기가 아찔하게 치달았던 2017년이니, 이 영화는 환기와 제언의 역할까지 담당하게 될 것이다.

 

강철비에 대한 평가

 

영화 쉬리나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의 북한을 다룬 액션 영화들이 북한을 무조건 같은 편으로 본 것과 달리, 여러 인물들의 내세워 북한이라는 국가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려 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높게 평가했다. 한반도의 전쟁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다루는 스토리라서 개봉 전부터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스케일도 크고 괜찮은 평이 많았다.

 

특히 남북 대치 상황에서 항상 언급조차 되지 않던 주벽국들(미국, 중국, 일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한국 영화에서 국제 정세 묘사를 시도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다만 핵전쟁 시나리오의 개연성에 대해서는 실제 사건이나 정치적 대립 상황이 작품에 투영되는 현실적인 분위기가 조성함으로써 개연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평가와 오히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한반도를 대하는 국제 정세와 현실의 고증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서로 갈린다.

 

한편 배우들의 연기력은 훌륭하다고 평가받는다. 곽도원은 거의 이견이 없을 정도로 연기가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정우성의 경우 특유의 발성, 발음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 외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연기력이 살아났다는 평이다. 내부자들의 조 상무 역으로 출연한 조진우도 또다시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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