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 감동적인 이야기
애니메이션 코코, 매우 독특한 소재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코코'의 소재는 매우 독특하다. 멕시코인들이 주인공이고 무려 5대에 걸친 이야기를 다룬다. 저승 세계를 주요 배경으로 다루는 데다가 억울하게 살해된 사람의 사연까지 담겨 있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밝고 맑고 끝내 뭉클하다. 저승 세계를 그려내는 시각적 상상력이 뛰어나고 유머가 잘 살아 있으며 뮤지컬 장면들도 흥미롭다. 하지만 리 언크리치의 '코코'는 픽사 작품들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아온 가장 중요한 비결을 다시금 드러낸다. 그것은 신선한 이야기를 능숙하고도 깊게 다룰 줄 아는 능력이다.
음악을 적대시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소녀 미겔(앤서니 곤잘레스)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데서 큰 기쁨을 느낀다. 멕시코의 전통 축제일인 '죽은 자의 날'에 열리는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벤자민 브랫)의 기타에 손을 댄 미겔은 저승을 떠돌게 된다.
이 영화가 다루는 세계는 이승과 저승으로 나눌 수 있겠지만, 더 의미심장하게 대조되는 것은 부계와 모계이다.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리베라 가문은 대대로 신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모계로 이어진다. 이때 모계가 신발로 대표된다면 부계는 기타로 대변된다. 미겔의 혼란은 마리아치(멕시코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의 구두를 닦을 때 생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흘러나오는 오래전 가족사에 대한 긴 내레이션은 구두를 닦는 동안 미겔이 마리아치에게 하는 이야기인데, 그 대화의 끝에서 마리아치는 미겔의 음악에 대한 꿈을 응원한다. 구두를 닦는 것은 신발을 만드는 가업과 연결된 일인데, 그때 미겔이 보는 것은 마리아치의 기타다. 하는 일과 몸은 모계에 속해 있지만 재능과 꿈은 부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겔의 고민은 말하자면 기타와 신발 사이에 놓여 있다.
중반까지 꿈만을 바라보며 모계를 족쇄처럼 여기던 그는 저승의 무대에서 처음으로 노래할 때 기타를 치면서 "구두를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머리에 쓰라고 하네. 그대 때문에 난 미쳐"라고 반감을 토로한다. 하지만 꿈만을 좇다가 위기에 처하게 되는 미겔을 저승의 가족들은 그의 발자취로 찾아내서 결국 이승으로 돌려보낸다. 사실, 리베라 가족들은 기타를 증오하는 게 아니었다. 기타는 떠나간 남편의 꿈일 뿐 아니라 남겨진 이멜다(얼래나 우바치)의 추억이기도 했다.
코코가 태어나기 전, 헥토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연주하는 그 기타 소리에 맞춰 이멜다는 함께 즐겨 노래했다. 그러니 기타엔 잘못이 없다. 잘못은 기타가 아니라 가족을 두고 꿈만을 좇아 떠난 남편에게 있다.
극 중 기타들은 한결같이 수난을 당한다. 마리아치의 기타는 미겔의 할머니 엘레나에게 발견되는 순간 난리를 겪고, 미겔이 몰래 간직해온 기타는 부서지며, 헥토르의 기타는 도난당하고, 치치의 기타는 주인을 잃은 채 홀로 남는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서 영원히 사라진 치치(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의 뒤에 남은 기타를 들고 미겔이 경연대회에 참석해 뜨거운 반응을 얻을 때, 기타를 튕기며 노래하다 사라져 간 수많은 이름 없는 음악인들이 기억된다. 그리고 극의 끝에서 마침내 미겔은 자신만의 기타를 갖게 된다.
헥토르의 귀환은 단테라는 개를 통해 은유적으로 이뤄진다. 독살로 죽은 헥토르는 저승에서 소시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털 엇이 길쭉한 개 단테 역시 저승의 미겔 가족들로부터 "소시지처럼 생겼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니 미겔과 함께 저승으로 간 개 단테가 이승으로 귀한 할 때 사실상 헥토르도 함께 돌아오는 셈이다. 그리고 돌아온 단테는 외톨이였던 이전과 달리 가족을 이룬다. 헥토르는 집을 떠남으로써 아내 이멜다와 딸 코코(아나 오펠리아 무르기아) 모두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겼음에도, 그의 회한과 그리움은 온통 딸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아마도 그건 딸의 존재가 선택 순간의 핵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멜다와 단둘이 살 때까지는 헥토르가 꿈만을 찾아 홀로 떠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코코가 태어나서 음악보다 소중한 뭔가가 생기자" 갈림길 앞에 서게 되었고, 헥토르는 코코 대신 음악을 택했다. 그렇기에 코코는 헥토르에게 되돌리고 싶은 잘못된 선택의 발원점인 것이고, 미겔은 헥토르의 마음을 코코에게 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갈라지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가 화합하려면, 그전에 양측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이야기엔 이해에 이르게 되는 두 가지 위장이 등장한다. 먼저 이승에서 온 미겔은 저승에서 해골 분장을 하게 되는데, 그건 사실상 죽은 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반면에 헥토르는 프리다 칼로로 위장을 하는데, 이때 멕시코의 저명한 여성 화가인 그녀는 헥토르가 외면해버렸거나 잃어버렸던 것과도 같다. 헥토르는 두 여성(이멜다와 코코)을 떠나 음악인으로서 청각의 세계에 몰두함으로써 어린 딸 코코를 볼 수 있는 음악인으로서 청각의 세계에 몰두함으로써 어린 딸 코코를 볼 수 있는 시각의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에르네스토에 의해 자신의 명성을 도난당한다.
결국 헥토르의 프리다 칼로 분장에는 원점으로 돌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 그의 간절한 염원이 집약되어 있다.
극의 감동적인 말미에서 마침내 미겔은 이승으로 되돌아가 치매에 걸린 코코와 함께 오랜 기억 속 노래 "Remember Me"를 함께 부른다. 그렇게 아버지와 딸이, 떠난 자와 남겨진 자가, 기타와 신발이, 예술과 삶이 비로소 이중창을 한다. 이때 헥토르 대신 코코와 함께 노래하게 된 사람이 미겔인 것은 그가 리베라 가문 사람일 뿐만 아니라 헥토르처럼 남자이면서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고조부와 증조모 사이의 매듭을 까마득한 후손인 미겔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든 끝에 풀게 되는 이 복잡하고도 이상한 이야기 설정은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아무리 늦더라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당신은 사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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